Page 7 - 월간소식지 손해사정 v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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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럼
글: 오상열 사정사 사실혼에 대한 법규정 정비 필요성
지성손해사정사무소
1 들어가며
며칠 전 신문에 ‘사실혼 아내, 남편이 숨지자 모든 상속에서 제외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60대여성 A씨는 20년 전에 남편 사별 후 지인의 소개로 만난 B씨의 구애를 받아들여 20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80대 후반인 B씨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후 A씨는 B씨의
자녀들로부터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달라”는 소장을 받았다. A씨가 살고 있는 집은 음식점에 딸린 2층
건물로 B씨 명의로 돼 있었다.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조리를 도맡아 왔다. B씨가 사망하기 5년 전 치매에 걸리자 간병도
해왔다. 하지만 A씨는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다. 사실혼 배우자라서 상속권이 없고 B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재산분활도 청구할 수 없다.
A씨는 쫓겨날 처지에 있다가 최근에 겨우 법원에서 조정이 성립돼 현재 살고 있는 건물에서 2년간 살 수
있게 됐지만 그 이후에는 대책이 없다. A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치매에 걸렸을 때 관계를 정리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중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믿고 의지하며 한 세상 살다가 죽어서도 같이
묻히는 게 부부의 연이라 배우고 자라왔지만 이제 세상이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합니다. 결혼해서 살다가
이혼하는 경우도 많고 결혼에서 재혼이 차지하는 비율도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 데
법과 제도는 그에 따라가지 못해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인관계가 그 중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민법에서는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다른 특별법이나 제도에서는
사실혼관계를 인정하고 법적으로 보호하는 규정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이나
국민연금에서는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보험에서도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상속은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부부한정특약’에서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하는 등 사실혼
배우자를 배우자로 인정하는 약관규정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사실혼 인정여부가 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고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특수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상태인 경우가
법률혼이 경우보다 더 유리할 때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이 중복된 교통사고에서
사실혼 인정여부에 따른 법적 관계를 사례를 들어 구성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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