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월간소식지 손해사정 v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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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정

그 후 다른 업무에 치여 아주머니 건은 까맣게 잊고 있었으며, 한번씩 전화를 걸어 잘 진행되고 있냐며 묻
는 아주머니에게 검토 중이라는 말로 핑계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타 지역으로 외근을 나갔으며, 그 지역에 계시는 사정사 선배님 한분을 찾아 뵈었습니
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모시고 대학병원에 계시더군요. 선배님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 한 분을 휠체어에 태워 진료 및 검사하는 곳으로 모시고가 직접 자신의 등에 노인분을 업고
검사대에 눕히고 검사를 위한 옷이며 신발 등을 직접 본인 손으로 입히고 신겼으며, 저와 함께 하는
식사자리에 그 노인분을 모시고와 식사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그 노인분이 선배 사정사분
아버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따뜻하고 정성스럽게 대하더군요.
저는 선배님에게 물었습니다. “선배님 이분이 선배님에게 큰 이익이 되는 중요한 사람입니까” 선배님은
“나를 필요로 하고 또한 내가 그들을 위해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나를 찾는 모든 이가 나에겐 중요한 사람
이다” 라고 대답하시더군요. 전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 숨고 싶었습니다. 혼돈스러
웠습니다.
난 그동안 내 의뢰인들을 위해서 일하며, 이러한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나? 하는 의문과 함께 제 자
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윤도 중하지만, 우리의 직업은 특히나 사람을 보고, 사람을 위해서 움직이
는 사정사가 되어야한다고 선배님께서 다시금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선배님과 헤어진 후 곧장 사무실로
돌아와 그 아주머니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였고, 해당 보험회사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면책을 한 이유
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이에 해당보험회사의 담당직원은 내부자문결과 해면상 혈관종 종괴내 출혈만 있
고, 신생물에 의한 뇌출혈은 I코드를 부여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유선과 서면으로 전달하였습니다. 이에 저
는 뇌 MRI판독지를 검토한 결과, 혈관종 부위에 출혈, 우측 전두부에 미세출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
었고, 아주머니를 모시고 면책만을 주장하는 보험회사 담당직원과 함께 치료병원 담당교수와 면담한 결
과, 종괴내출혈뿐만아니라 해면상 혈관종으로 인한 혈관기형이 터져 혈관종 주변에도 다량의 혈철소(뇌
출혈)가 관찰됨으로 이는 표면 뇌내출혈 (I61)로 봐야한다는 소견을 담당의사로부터 받았습니다. 소견을
인정 할수없다는 분쟁이 보험사와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 뇌출혈진단비를 받게 되었습니다. 보험금이 통
장에 입금되었다고 한없이 기뻐하시던 아주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주머니 일처리 후 몇 달 후에 저에게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전북MBC방송국 PD분에게 전화가 왔습니
다. 아주머니가 친인척인데 이러한 일들을 해결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며, 본인 또한 손해사정사의 업무
에 대해서 알지 못했는데 알게 되었고, 손해사정사의 업무관련하여 청취자에게 좋은 정보와 사고를 상담
해주는 라디오 생방송 코너를 만들 테니 맡아서 진행해달라는 제의를 받았고 그 제의를 받아들여 4월부
터 현재까지 9개월동안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으며 많은 애청자들도 생겼습니다.

3 맺음말

2011년에 개업할 당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기쁨과 행복만큼은 충만했습니다.
허나 시간이 갈수록 현실에 젖어 제일 중요한 본분을 잊고 살던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깨닫는 시
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이 부족한 손해사정사이나, 이것만은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다해 좋은 일을 하면, 분명히 더 좋은 일들이 자신과 함께 할 것이며, 우리 손해사정사는 삶을 살아
가면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인 동시에 따뜻함과 사랑을 전달할수 있는 감사한 직업이라고 생각합
니다. 글재주없는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하며, 사정사님들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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