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논문
황 현 산(보험신보 기자)
보험업계, 특히 자동차보험과 실손보상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손해보험업계에서 변호사법 제109조제1호는 무소불위(無所不爲)로 통한다.
이 법을 위반해 적지 않은 손해사정사가 고초를 겪었는가 하면 손보사들도 자동차 대인보상을 아웃소싱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98년 42명의 손해사정사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중 몇몇은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무죄를 인정받거나 아직까지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유죄가 확정됐다.
손보사 역시 조직 슬림화 및 경비 절감을 위해 대인보상
부분을 아웃소싱 하고 싶어하지만, 변호사법 위반 시비가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정해진 가격이 있어 별도의 합의 업무가
필요 없는 대물보상 파트는 벌써 분사를 단행해 적지 않은 재미를 보고 있다.
기존사 뿐 아니라 신설보험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대한 적은 인원으로 자동차보험을 운영하려는 단종사들은 대물보상과 대인보상을 함께 아웃소싱 해 조직을 최소화하고 싶지만, 변호사법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와 보험사만이 교통사고와 관련해 합의(또는 화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가 아닌 다른
손해사정사나 법인에게 대인보상을 위탁할 경우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시비에 휘말릴 공산이 매우 높다.
보험업법 상에도 손해사정사는 보험금
청구, 사정(조사 결정) 또는 심사는 할 수 있지만 합의와 보험금 지급은 보험사만이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대인보상은 보험사
스스로 해결해야지 외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
LG화재와 자본제휴를 맺고 온라인자보사 설립을 추진하고있는 다음자동차보험도 보상업무는
LG측에 아웃소싱 할 계획이라고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뤘다.
다음자보 관계자는 “보상업무 외부위탁은 우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었는데 그런
것처럼 비춰졌다. 변호사법과 관련해 다각적인 검토가 있었지만, 초반부터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포기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변호사법을 바꿀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 다음측의 덧붙임이다. 다음은 결국 대물보상은 아웃소싱하되 대인보상은 직원을 뽑아 직접 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먼저 온라인자보 영업을 시작한 교보자동차보험도 사업 추진 초창기인‘디렉츠’시절 대인보상 위탁을 심도 있게 논의 했었다.
디렉츠는 당시 법무법인과 제휴를 맺어 대인보상을 처리하거나, 아예 변호사를 고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었다.
교통사고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변호사들은 손해사정사를 자체 고용해 보상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디렉츠를 인수하면서
이같은 검토는 백지화가 됐다.
교보는 변호사에게 지급해야 할 수수료가 만만치 않고, 이같은 방법은 취급 물건이 많지 않을때나 가능한
것이지 시장점유율이 늘수록 효용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바뀔 가능성이 희박한 변호사법을 변경하지 않고 대인보상 업무를 아웃소싱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하지만 손해사정사회에서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법을 바꾸는
것이다.
손해사정사회 김명규 사무국장은 “보험업법 제188조(손해사정사 등의 업무)를 일부 수정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보험사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관련법을 개정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188조제5호‘제1호(손해발생사실의 확인) 내지 제3호(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의 업무 수행과 관련한 보험사에 대한 의견 진술’ 조항을 ‘… 업무 수행과 관련한 보험사 및 계약자 등에 대한 의견 진술’로
바꾼다면 보험사 보상직원 뿐 아니라 외부 손해사정사도 중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보 단종사 설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005년
8월부터는 생명보험사들도 손해사정이 필요한 실손보상 상품을 판매한다.
그 전에는 반드시 변호사법과 보험사와의 악연을 끊어야 할 것이다.
2003-11-24 보험신보 [기획/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