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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와 보험
작성일 : 2014.06.10 | 조회수 : 11584

 

유지호(보험개발원/손해보험본부/화재해상보험팀/팀장)  


■ 자연재해
추석연휴가 끝날무렵 불어 닥친 태풍 매미 에 관한 뉴스가 모든 매스컴을 덮고 있다. 오늘은 태풍의 위력, 그로 인한 피해상황, 연중 실시하는 수재의연금 모금에 이어 "책임자문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위험관리를 통한 손해방지와 생활 속에 존재하는 위험을 보험위험화하여 사후보장을 제도화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년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상황을 뉴스로만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선뜻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안타깝기만 했다. 그러다가 "근본적 대책"이라는 말이 들리면 귀가 솔깃하고 누가, 어떻게, 언제 등 기대를 하다가도 그 말조차 해마다 듣는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오늘 뉴스에서는 "책임자문책"이라는 말이 괜히 거슬리는 것은 나 자신도 문책대상의 일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스로 들기 때문이리라고 과욕을 부려본다.


우리나라는 기후적·지리적 조건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상태에 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주로 필리핀 동쪽 넓은 해상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년평균 약 26개 정도가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피해를 주는 것은 그 중 2∼3개 정도에 그친다. 호우는 태풍과 동반하는 경우와 여름 장마철에 내리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크다. 1996년과 1998년에는 게릴라성 호우가 큰 피해를 입었다. 반면 우리나라 국토는 약 70%가 산지인 산악지형으로 하천유로연장이 짧고 경사가 급한 특성으로 집중호우에 취약한 지형이다. 이런 환경하에서 최근 태풍과 호우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고 재해기록들을 갱신하는 것은 어쩌면 예고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해에는 태풍 루사 로 인한 재산피해액 5조 1,479억원과 호우로 인한 피해를 합쳐 총 6조 1,153억원의 재산피해로 사상최대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액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또다시 불어닥친 제14호 태풍 매미 는 호우보다는 바람의 세력이 엄청난 태풍이였다. 12일 오후 제주 지방을 지나칠 때의 순간 최대 풍속이 1904년 기상 관측 이래 최대치인 초속 60m였다고 한다. 초속 17m이상을 태풍이라 하고 시속으로 환산하면 경주용 자동차의 질주속도와 맞먹는 216km가 된다고 한다. 그로 인한 재산피해액이 15일 현재 1조3천603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정확한 집계가 나오면 피해 규모는 조금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이는 지난 1998년 태풍 및 집중호우로 인한 재산피해액 1조 2,478억을 초과하여 사상 2위의 피해액을 기록하게 된다(「2002년 재해백서」, 행정자치부·국립방재연구소, p.26).


■ 자연재해위험과 정책보험
자연재해위험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비는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정부차원의 방재계획의 수립 및 시행, 자연재해위험을 사전방지하기 위한 댐 건설 등을 통한 치수사업 및 피해방지를 위한 개발계획상의 제한(침수지역 개발제한, 건물최저 고도제한 등), 재난관리차원의 복구지원책, 이재민을 위한 구호대책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보험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연방홍수보험, 캘리포니아주의 지진보험, 일본의 지진보험,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각국의 화재보험의 강제특약으로 담보하는 자연재해보험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자연재해위험을 담보하면서 보험대상물을 농작물로 하는 농작물보험도 자연재해보험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농작물보험은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단감, 밀감 등 과실로 제한하고 있으나,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민영보험회사 자체로 자연재해위험을 담보위험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는 경우(선박보험 및 자동차보험의 풍수재위험 담보 등)는 일반적으로 자연재해보험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재해의 대재해성으로 인하여 민영보험에서 처리하지 못하여 일정부분 정부가 참여하는 정책보험으로 개발하는 경우를 일반적인 자연재해보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책보험이란 공공적인 정책을 실현할 목적으로 마련된 보험으로 주로 정부 또는 공공기관(공사 또는 공단)이 담당하고 있어 공보험이라고도 하며 현행 우리나라의 정책보험은 사회정책보험과 경제정책보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정책보험은 사회정책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보험을 말한다. 사회구성원인 국민의 질병, 부상, 분만, 노령, 장애, 사망, 실업 등 생활에 곤란을 가져오는 각종의 사고에 대하여 일정의 급부를 실시해서 생활안정을 도모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 일반적으로 의료보험, 연금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을 말하므로 자연재해보험은 일반적으로 경제정책보험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그 특징은 ①부담능력에 상응한 보험료부담, ②피고용자가 피보험자의 경우에는 사업주에 의한 보험료의 분담, ③보험재정에 대한 국고부담 및 세제혜택, ④사회적으로 보아 적정한 급부액의 설정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보험 중 자연재해를 담보하는 보험은 농작물의 시장개방에 따른 과일 등 농작물재배농가를 지원하기 위하여 2001년에 도입된 농작물보험이 유일하며, 최근 보험제도화가 예정되거나 논의가 진행중인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상보험(2004년 예정), 민간시설물자연재해보험, 양식재해보험, 농업인재해보험 등이 있다.


■ 자연재해위험의 보험제도화


현재 개발논의 중인 자연재해보험을 실제 보험제도화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첫째, 리스크관리측면에서 자연재해위험을 보험위험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험위험화 한다는 의미는 보험을 인수하는 자의 입장에서 자연재해위험을 분석·평가하여 그 발생가능성과 사고발생시 손해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리스크단계로 인식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어 위험인수자가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불확실한 자연재해위험을 보험자가 인수할 수 있는 확실성을 갖춘 위험으로 인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연재해위험에 대한 정보의 량과 이를 분석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이런 과정이 없이 보험제도화 한다는 것은 보험자로 하여금 장님인수(blind accepting)를 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대재해성에 대한 정부의 참여이다. 민영보험에서 인수하지 않고 있는 자연재해위험은 주로 대재해성으로 보험상품화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에도 건물을 대상으로 하는 화재보험의 특약으로 풍수재를 담보하는 특약이 있으나,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보험회사의 역선택위험 때문이다. 보험회사가 풍수재담보특약을 판매하는 경우 침수지역에 위치한 건물들은 보험가입을 할 것이나,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지역의 건물은 보험가입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불량물건만 떠 안게 되어 막대한 보험금만 지급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일정한도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담함으로써 자연재해위험의 대재해위험을 통상위험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다. 십시일반 즉, 위험분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수준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에 TV에서 자연재해피해 장면을 보면서 수재의연금을 낸다면 얼마를 낼 의향이 있는가? 그리고 자신의 주택은 침수위험이 적은 고지대 또는 고층아파트에 살지만 자연재해보험을 강제보험화하여 보험료를 부과한다면 불만 없이 납부할 수 있는가? 물론 2가지 질문은 상당히 그 성질을 달리하고 있다. 경제주체로 하여금 경제적 부담을 자율에 맡기는 것과 강제화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연재해보험의 특성상 침수위험이 높은 지역만 가입하는 경우와 침수위험이 낮은 지역도 포함하는 경우 평균보험료 수준은 달라진다. 이런 경우에도 유럽의 일부국가들은 기꺼이 위험도는 다르지만 평균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연재해위험의 해결책이 경제논리로만 풀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 최근 동향 및 제안


농작물보험의 경우 운영주체인 농협은 인수한 농작물보험의 10%만 보유하고 나머지 90%는 재보험의 형태로 민영보험회사가 부담한 후 각 보험회사는 다시 재재보험의 형태로 세계각지의 재보험회사에 위험을 내보는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해의 태풍피해로 인하여 약 430%에 달하는 손해율을 기록하면서 금년에는 민영보험회사와 외국의 재보험회사가 위험인수를 거절함에 따라 부득이 운영주체인 농협이 인수한 농작물보험계약 전부를 떠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자연재해의 대재해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운영구도로 볼 수 없고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인 형태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농림부에서 `국가재보험 (再保險)을 도입키로 하고 관련법 개정작업에 나섰다고 한다(연합뉴스, 2003.05.04일자)고 하니 늦었지만 바람직한 대응이라 판단된다.


또한, 동일한 정책보험으로 개발하면서 그 감독과 사업운영 등에 관한 사항은 관련된 개별법률에 반영함에 따라 보험제도이면서 보험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정부주도의 정책보험을 민간사업인 보험업의 적용을 전부 적용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험업의 고유한 특성을 보험업법에서 반영하고 있으므로 그 중 정책보험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규정이 있다면 준용되어야 할 것이다.


농작물보험의 경우 농작물재해보험법 제16조에서 보험업법의 관련규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어선원및어선재해보상보험법에서도 농작물재해보험법의 사례를 참고하여 보험업법의 관련규정의 적용여부를 검토·반영하여 시행함으로써 건전하고 안정된 보험운영과 정책보험관련법률의 일관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정책보험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자연재해보험, 수산양식재해보험 등의 운영구도를 구축함에 있어서는 이런 농작물보험의 예를 감안하여 안정적인 운영구도 속에서 각 주체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담당할 수 있는 체제의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위험관리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의 "보험과 손실통제를 통한 위험관리능력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구분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는 말처럼 자연재해라는 관리하기 어려운 위험을 보험제도화하여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회 및 국가의 능력으로 평가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연례행사로 안고 가는 것은 국가적 손해라 생각된다.


따라서, 정책보험은 정부의 책임하에 운영되는 것이지만 정부 뿐 아니라, 민영보험회사, 국민, 운영주체 등 모든 참여주체들이 의지를 가지고 대응한다면 빠른 시간내에 효과적인 자연재해보험제도가 우리나라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일본의 미츠이스미토모해상이 자연재해보험을 인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태풍 리스크 120억엔과 Swiss Re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태풍 리스크 1억 달러로 지역적 분산효과를 위하여 자연재해 리스크에 대한 스왑거래를 추진하고 있다는 뉴스가 더 이상 부럽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2003-09-16 보험개발원 전문인칼럼에서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