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월간소식지 손해사정 v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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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두 개의 엇갈린 판례에 있어서, 전자의 경우에는 형사판결에서 상해치사로 인정하였음에도 민
사에서는 ‘미필적 고의’로 판단한 경우인데, 형사재판 당시 검사가 피의자에 대하여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
사로 공소를 제기하였고 형사판결의 특성상 더욱 중한 죄로 처벌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참작되어 민사법
원에서는 결과적 가중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즉, 칼을 사용하여 사람을 찌르는 경우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결과발생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한 행위이므로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은 정당하다 할 것이다.
3. 소결
이 사건 사고의 경우에는 권씨가 피보험자의 위협으로부터 벋어나기 위하여 피보험자를 폭행하였으나, 김
씨가 피보험자를 살해하는 의도가 없었고,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결과적 과중범으로서 형법 제259조 제1항의 폭행치사로 인정한 바 있다.
또한, 권씨는 살인죄로 피소되었고, 형사재판부는 사건 정황 및 증거자료를 통하여 상해치사로 인정한 바
있다. 즉, 권씨가 피보험자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정당방위를 넘어선 폭행을 행사하여 피보
험자를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하더라도 권씨가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있었다는 사실과 자신이 도망나오기
위하여 저항하다가 발생한 사고인 점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행위는 비록 폭행이라는 고의가 있었
다고 하더라도 사망에 이르게될 것이라는 인식내지 예견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미필
적 고의’로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 고의성 조각사유
심신상실자의 경우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은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를 말하며, 형법
에서는 이와 같은 책임능력이 결여되면 비난가능성으로서의 책임을 면하게 된다. 7)민사법에서도 이와 유
사하게 책임능력이 결여된 경우 불법행위책임이 면책하고 있는 등 고의성을 조각하여 판단하고 있다.
상법 또는 보험약관에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 등의 고의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면책하고 있는데,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의 경우 정신질환 등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였다면 본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살하
였다고 하여도 심신장애 등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에는 책임능력이 결여되어 고
의성을 조각하였다는 판례가 생겨남에 따라 보험약관에 이와 같은 사유를 명시한 것으로 보인다.8)
권씨는 피보험자와 혼인 이후 계속적인 폭행을 당하였고, 이혼 후에도 피보험자가 권씨를 찾아와 폭행을
하거나 흉기로 위협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였고, 이로 인하여 권씨가 오랜기간 동안 스트레스로 우울증
의 정신질환을 앓고 지내면서 병세가 악화되어 시력장애 및 스타르가르트병까지 확대된 사정과, 권씨를
감정한 전문심리위원 의견서에서 사건 당시 권씨의 정신적 상태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만한 심리적인 여력
이 없다고 감정한 사실을 종합하여 본다면, 이 사건 사고 당시에도 피보험자의 폭행과 살해 위협으로 인하
여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서 피보험자를 폭행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형사판결에서 당시 정신적 공황
상태에 대하여 엄격하게 해석하여 상해치사로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피보험자의 폭행으로 인하여 정신질
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참작하여 집행유예 한 것을 고려한다면, 권씨의 폭행에 의한 결과가 ‘고의’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당시 권씨가 처한 상황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볼수 있으므로 고의
성이 조각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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