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월간소식지 손해사정 v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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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정

글: 강효선 사정사
화승손해사정법인 대표

1 들어가는 말

한국손해사정사회 월간소식지 “손해사정”의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여러 선배님들도 계시고 젊사모의 회원들을 대표하여 먼저 쓰는 만큼 부담감이 크지만 추천해주신 젊사
모 회장님께 기쁜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그동안 종결했던 사건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니 울고 웃었던 다양한 에피
소드가 많아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고 다시금 또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 오래토록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분이 계셔서 그분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2 서로에 대한 신뢰와 따뜻한 말 한마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무것도 모르고 업무에 뛰어들었습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라 어린 나
이에 힘들었음이 분명했을 텐데 지금까지 버텨온 걸 보면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업무 3년차쯤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이직을 고민하는
등 슬럼프가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업무 초기에 사건을 처리해드렸던 고객의 소개로 그 분의 동료인 교통
사고 피해자분을 소개받은 후 그 분에게서 용기와 자신감을 얻어 슬럼프를 극복했던 일이 있습니다 .
그 분은 40대 초반으로 당진 현대제철소에 일용직으로 출근하던 첫날 회사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슬관
절 고평부 분쇄골절과 경미한 두부손상이 있었던 분입니다. 현장 일을 하셔서 그런지 얼굴은 까맣고 말투
도 거침없는 등 저에게 있어 꽤 좋은 인상은 아니었는데 몇 개월 동안을 자주 만나다 보니 나중에는 겉모
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업무는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분도 처음에는 소개를 받았지
만 본인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에게 전문적인 일을 맡긴다는 불안감이 있어서 그랬는지 저를 썩 신뢰
하지는 못하셨던 것 같고, 저 또한 그런 말을 듣기 싫어서 혹은 그 분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업무 경력도 좀
속이는 등 처음부터 좋은 시작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초기에 알게 모르게 그런 신경전이 있어서 그냥
진심으로 그 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드리고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만 갖자고 했는데, 그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나중에는 친해져서 서로의 처지를 걱정해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한번은 사고 이후로 매일 악몽을 꾸어 잠을 제대로 잔적이 없다고 하셔서 정신과 상담을 권유해 드렸는데,
의사와의 대화를 뒤에서 들어보니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아 초등학교만 졸업을 했고 결혼
에도 실패했으며 일의 특성상 술을 많이 마셨던 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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