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월간소식지 손해사정 v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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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정

그런 피해의식이 있어서 그런지 타인에 대해 적대적이고
늘 공격적인 성향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잘 믿지 못하며 스스로를 외로운 사람이라
고 했습니다. 상담실을 나오면서 처음에는 상담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본인 얘기를 털어 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으며 이해해 주고 걱정해 주는
사람을 만나니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또 한번은 일의 진행사항을 알려 드릴 겸 만났는데 그날따
라 제 구두를 유심히 보면서 여자는 구두가 예뻐야 된다고,
“ 강 대리님 구두는 항상 앞코도 벗겨져 있고 흙도 묻어 있
어서 누가 보면 작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인 줄 알겠네요”
라고 하시는 거였습니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는데 그때는 오해를 줄 수도 그리고 본인 눈에는, 어린 나이에 열심히 살다보니 벗

있어서 말을 못했다면서 본인이 편하고 예쁜 구 겨진 줄도 모르는 제 구두 코가 상처난 본인의 마음처

두를 사줄테니 그걸 신고 본인처럼 어려운 사람 럼 비춰져 안타까웠다면서 끝내 구두를 사주지 못한

들을 많이 도와주라고 하시길래, “저는 많이 돌 게 미안하고 진심으로 대해줘서 고맙다면서 거액의

아다녀서 좋은 구두를 신어도 금방 망가져요. 예 보너스를 함께 주셨습니다.

쁜 구두는 필요 없으니 마음만 감사히 받을께요” 그 분은 핀 제거 수술을 하러 병원에 재입원하셨다고

라고 말하고 병실을 나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 연락이 와서 병문안을 갔을 때에도 저에게 줄 게 없다

져서 한참을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면서 읽고 있던 책을 선물해 주셨으며, 그 이후에는 야

사실 학생 때는 발모양이 예뻤는데 일을 시작하 구 중계 카메라에 잡힌 사람이 제가 아니냐면서 문자

고 나서 구두를 신고 하도 돌아다니다보니 어느 메시지로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새 발가락 모양이 휘어져 있는 걸 발견하고 너무 비록 계약관계로 만난 사이이지만 서로를 통해 각자

속상해 하고 있었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를 갖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3년 동안 아무도 힘드냐고 물어봐주는 사람이 이었고 저는 그 분을 통해 앞으로에 대한 용기를 얻을

없었는데 그 분의 그런 따뜻한 말 한마디로 인해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의 힘들었던 마음이 위로가 되는 순간이

었습니다.

3 맺음말

남의 다친 몸을 가지고 보험금을 사정하는 우리 일은 어찌 보면 냉철함과 객관성만이 요구되는 딱딱한 분
야인데, 업무를 넘어 내가 상대방의 앞으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내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따뜻함과 두터운 신뢰관계가 공존하는 게 우리 일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이 분야에 뛰어 든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개인적으로는 고객들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점점 냉소적이고 업무적으로만 대하고 있는 듯한 제 모습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통해 힘들 때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을 기억하며 또 내가 도움을 드렸던 많은 분들을 추억하며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정사분들도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 보며 잠깐이나마 미소 짓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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